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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기록 1

집에가고싶다. 고립, 고독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오직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오직 '나'를 위한 어떠한 감정이 없다. 감정의 소실. 그로 인한 공허감. 텅 빈 감정은 그대로 넓어진다. 채울 수 없는 구멍은 다른 구멍들을 집어삼킨다. 그렇게 넓어지고, 집어삼키고, 영원한 나락이 펼쳐진다. 삶의 활기는 없어지고, 감정은 점차 피폐해진다. 결국 공허한 눈빛, 알 수 없는 몸짓에 남은 게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집에가고싶다. 가족과 함께하는 온기, 그 온기를 기숙사에선 느낄 수 없다. 온기가 없으니 춥다. 추위가 날 덮친다. 춥다. 아프다. 고통이 되어 돌아온다. 추위가 나를 관통한다. 상처가 얼어붙는다. 그렇게 구멍 뚫린 인간이 되어간다. 춥다. 누군가는 이 감정을, 이 몸을 녹여줄까. 그렇게 ..

글/기록 2022.03.08

공포에 대하여

인간 발전의 근원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사람마다 각각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호기심, 경외감, 신앙, 동정심 등 무수히 답들이 존재한다. 나는 그 근원 중 하나를 공포라고 생각한다. 공포라는 것은, 의외로 우리 생활 속 전반적인 영역에 심어져 있다. 과한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생각은 이렇다. 예를 들어, 계급의 존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우월하다는 증거 혹은 자신의 재산 등을 지키며 다른 이들과의 차별을 두려는 것의 의도가 있다. 자신이 우월하다. 즉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의 증명에는 자신이 뒤처지지 않으려는 행위의 공포심이 심어져있다. 남들과 같아지는 것,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을 넘어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에 담겨있는 공포는 곧, 인간 발전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고등학교 3학년에 들어가는 B는 TV를 보고 있었다. TV 안의 내용은 여러 벌레들이 우화 하는 모습과 살아남기 위해 천적에게서 도망치거나 천적들을 물러나게 하는 내용이었다. 그 방송이 끝난 후에도 그는 그저 TV를 볼뿐이었다. 그다음에는 누에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하나는 전의 내용처럼 누에 벌레가 성장하는 과정이 나왔고, 그다음은 누에고치를 이용하는 영상이었다. 그렇게 두 방송을 연이어 본 그는, 남은 음료수를 한 입에 털어놓고는, '저 벌레들은 자신의 삶이 저렇게 되었으리란 걸 알았을까, 저런 삶이라면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천적에게 먹힐 텐데 저항하지 않는 게 좋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 없는 벌레 자체구나'라고 말했다. 그러고선, 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며 '나..

글/#시리즈 2021.01.20

첫 번째 꿈일기

2021년 1월 17일 꿈일기 첫 번째 꿈에서는 도라에몽이 나왔다. 그리고 도라에몽이 노진구의 공부를 돕는데, 과목이 국어였다. 근데 난 한국인이니 국어과목에 한국어가 나오지만 도라에몽은 일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국어에 일본어가 적혀있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는데, 진구가 한자로 된 말을 도라에몽한테 히라가나로 풀어달라고 했고, 도라에몽이 이런 것도 못 푸냐며 핀잔을 줬다. 두 번째 꿈이다. 학교가 있는데, 꿈 속에서 여러 번 나온 학교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어디선가 봤을 법한 이상한 홀이 결합된 장소이다. 그곳에서 시험을 봤다. 시험을 보고 급식을 먹은 후, 길을 가다가 갑자기 보건실에 있었는데, 보건실에서는 내가 분리시험을 보느라 자아가 분리된 상태이고, 자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

글/꿈일기 2021.01.18

감정수집가 지역-루니오

-감정수집가는 미완성이며, 설정 오류 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검토 후 수정하겠습니다. 달빛 도시라 불린다. 달의 힘을 받아 움직이는 자들이 있고, 그들 중 치료사들이 여럿 있다. 달의 힘을 받는 사람들 외에도 치료사들이 대거 모여있어 치료사들의 성지, 여행자들의 휴식처라고도 불린다. 달빛 도시라는 이름답게, 이곳에서 보는 달빛은 다른 곳에서 보는 것에 비해 매우 아름답고, 그 달빛에 매료되어 이곳에 오는 자들도 적지 않다. 달빛이 찬란하게 비추는 날(보통 한 달에 2-3일쯤 되고, 1년에 2번 정도 4-5일로 연장되며 그 두 시기가 제일 찬란하다)에는 운이 좋으면 달빛과 함께 내려오는 달의 형상을 볼 수 있다. 누군가는 그 형상을 보고 정령이라고도, 매우 아름다운 존재라고도,..

글/감정수집가 2021.01.16

감정수집가 지역-수정 나락

-감정수집가는 미완성이며, 설정 오류 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검토 후 수정하겠습니다. 여러 개의 수정 파편들이 꽂혀 있는 나락이다. 찬란이 빛나던 이들의 한이 수정으로 변했다거나, 그렇게 변한 수정 중 에너지가 모이거나 한이 깊게 맺혀 영원히 빛나며 잘 부서지지 않는 수정을 형성한다는 소문이 있다. 소문이 사실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곳의 수정을 마법에 관련된 물건들을 만들 때 쓰면 품질이 좋아지고, 위력도 증폭되며, 수정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수정을 캐러 오고,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죽는다. 가장 깊은 곳에는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수정이 존재하며, 이곳의 수정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도 많다. 하지만 근처에 괴수들이 폭주한 상태로 존재하며, 그러한 ..

글/감정수집가 2021.01.13

#1

겨울의 어느 날, 평소처럼 방에서 쉬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마침 심심했던 터라 핸드폰으로 도시괴담을 보고 있었던 저는, 위에서 뭔가 소음이 발생하길래, 그저 ’ 윗집에서 시끄럽게 구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소음이 사라지고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방이 습해져, 가습기가 켜졌나 확인했지만, 애초에 가습기를 킨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도중, 천장이 검게 물든 걸 확인했습니다. 물론 전 대수롭지 않게 윗집에서 물이 샜구나 싶었죠. 그렇게 다음 날에도, 이룬 것 하나 없이 방에서 시간을 축내고 있던 중, 그 사실에 분개하여 후회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검게 물든 천장에서, 뭔가가 떨어지며 분위기가 깨길래, 이건 부모님께 말해서 윗집에 전하기보단 직접 윗집에 가서 따져..

글/#시리즈 2021.01.10

기록 1

밥을 먹고,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는다. 그 후 컴퓨터를 켜 음악을 틀고 자신이 들고 있는 핸드폰 속의 화면을 본다. 안에선 게임 보상을 얻기 위한 광고가 틀어져 있고, 그동안 그는 눈을 감고 잠시간 명상을 한다. 확실하게 무언갈 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공부를 해야 하지만 그조차도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살아가던 어느 날, 회의감이 들었고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책을 읽기 시작했고, 게임에 미치기 시작했으며, 항상 어딘가 불안한 채 미래에 대한 기대감 없이 그저 살아있는 상태였다.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이, 누군가는 잡지 못해 미칠듯한 그 시간이 그에겐 흘러가기만 할 뿐인 개념이었다. 그렇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별 의미 없이 살아갈 뿐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에게 말..

글/기록 202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