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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무 2021. 1. 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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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어느 날, 평소처럼 방에서 쉬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마침 심심했던 터라 핸드폰으로 도시괴담을 보고 있었던 저는, 위에서 뭔가 소음이 발생하길래, 그저 ’ 윗집에서 시끄럽게 구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소음이 사라지고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방이 습해져, 가습기가 켜졌나 확인했지만, 애초에 가습기를 킨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던 도중, 천장이 검게 물든 걸 확인했습니다. 물론 전 대수롭지 않게 윗집에서 물이 샜구나 싶었죠. 그렇게 다음 날에도, 이룬 것 하나 없이 방에서 시간을 축내고 있던 중, 그 사실에 분개하여 후회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검게 물든 천장에서, 뭔가가 떨어지며 분위기가 깨길래, 이건 부모님께 말해서 윗집에 전하기보단 직접 윗집에 가서 따져야겠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떨어진 물체가 어떠한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운동을 하러 밖에 나가셨고, 동생은 다른 방에서, 저도 제 방에 있었고, 문은 닫혀 있었기에, 이 기괴한 형상은 오롯이 저 혼자서만 보게 되었습니다. 기괴한 형체에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던 찰나, 형체는 서서히 어릴 적의 제 모습을 취하더니, 곧 완벽하게 그 모습을 띤 채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러고선 제게 속삭이더군요. 후회하고 있는지,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지, 그래 봐야 뭘 어떻게 할 거냐는 내용 등, 제가 후회하며 생각하던 내용을 그대로, 어릴 적 순수한 모습의 웃는 표정으로,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러한 내용을 말했습니다. 그러고선 조금 더 자란 저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아아, 내가 미안해 ‘ 라며 주먹으로 자신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어째선지 제 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때려 엉망진창이 되면,’ 후회해?‘라는 말을 하며 재생하고, 그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바뀌기를 계속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고통스러움에 잠식되었을 즘, 이제는 현재 저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이젠 돌이킬 수 없어 ‘,’ 내가 정말로 미안해 ‘,’ 후회하고 있어 ‘,’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 전부 내 탓이야라며 커터칼로 손에 손목을 그어, 거무튀튀한 액체를 쏟아내며 쓰러지다, 다시 살아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더니, 이제는 식칼을 자신에게 찍으며 저 말들을 더 심각하게 반복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미친 듯이 발버둥 쳐봤지만, 몸은 가위라도 눌린 듯 살짝만 움직여지고, 제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으며, 상용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인 고통이 저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괴물이 자신을 찌르며 재생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칼자국이 있는 채로 재생을 하여, 흉터로 반복된 제 모습을 한 채로,’ 미안해, 잘 가라는 말만 반복하며 바닥에, 벽에 머리를 찧기 시작했습니다. 재생조차 하지 않고 몸이 뭉개지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튀어있는 검은 피들과 파편들이 눈동자들로 변해가며, 저를 보더니, 어딘가에서 ’ 미안해?‘라고 묻고 사라졌습니다. 그 후에야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방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깔끔하게 치워진 상태였으며, 천장의 얼룩은 지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잔상은, 고통스러움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 형태는, 제가 후회할 때마다, 실수할 때마다, 저를 붙잡고 얽매며, 꿈속에서도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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