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기록 2

기숙사 기록 1

집에가고싶다. 고립, 고독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오직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오직 '나'를 위한 어떠한 감정이 없다. 감정의 소실. 그로 인한 공허감. 텅 빈 감정은 그대로 넓어진다. 채울 수 없는 구멍은 다른 구멍들을 집어삼킨다. 그렇게 넓어지고, 집어삼키고, 영원한 나락이 펼쳐진다. 삶의 활기는 없어지고, 감정은 점차 피폐해진다. 결국 공허한 눈빛, 알 수 없는 몸짓에 남은 게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집에가고싶다. 가족과 함께하는 온기, 그 온기를 기숙사에선 느낄 수 없다. 온기가 없으니 춥다. 추위가 날 덮친다. 춥다. 아프다. 고통이 되어 돌아온다. 추위가 나를 관통한다. 상처가 얼어붙는다. 그렇게 구멍 뚫린 인간이 되어간다. 춥다. 누군가는 이 감정을, 이 몸을 녹여줄까. 그렇게 ..

글/기록 2022.03.08

기록 1

밥을 먹고,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는다. 그 후 컴퓨터를 켜 음악을 틀고 자신이 들고 있는 핸드폰 속의 화면을 본다. 안에선 게임 보상을 얻기 위한 광고가 틀어져 있고, 그동안 그는 눈을 감고 잠시간 명상을 한다. 확실하게 무언갈 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공부를 해야 하지만 그조차도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살아가던 어느 날, 회의감이 들었고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책을 읽기 시작했고, 게임에 미치기 시작했으며, 항상 어딘가 불안한 채 미래에 대한 기대감 없이 그저 살아있는 상태였다.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이, 누군가는 잡지 못해 미칠듯한 그 시간이 그에겐 흘러가기만 할 뿐인 개념이었다. 그렇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별 의미 없이 살아갈 뿐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에게 말..

글/기록 202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