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기록

기숙사 기록 1

그무 2022. 3. 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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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가고싶다. 고립, 고독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오직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오직 '나'를 위한 어떠한 감정이 없다. 감정의 소실. 그로 인한 공허감. 텅 빈 감정은 그대로 넓어진다. 채울 수 없는 구멍은 다른 구멍들을 집어삼킨다. 그렇게 넓어지고, 집어삼키고, 영원한 나락이 펼쳐진다. 삶의 활기는 없어지고, 감정은 점차 피폐해진다. 결국 공허한 눈빛, 알 수 없는 몸짓에 남은 게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집에가고싶다. 가족과 함께하는 온기, 그 온기를 기숙사에선 느낄 수 없다. 온기가 없으니 춥다. 추위가 날 덮친다. 춥다. 아프다. 고통이 되어 돌아온다. 추위가 나를 관통한다. 상처가 얼어붙는다. 그렇게 구멍 뚫린 인간이 되어간다. 춥다. 누군가는 이 감정을, 이 몸을 녹여줄까. 그렇게 얼어붙은 몸을 이끌고 추위 속을 걸어간다.

 집에가고싶다. 고향의 그리움이 나를 감싼다. 그리움이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리움만 가득 차있으면 다른 감정은 낄 틈이 없다. 고향, 그리움, 가족, 친구. 온갖 생각이 나를 스친다. 그렇게 스쳐지나간다. 지나가고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머리가 어지럽다. 생각의 기류에 휘말렸다. 내 자리는 어디에 있는거지? 오늘도 고독만이 나를 반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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