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기록

기록 1

그무 2020. 11. 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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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먹고,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는다. 그 후 컴퓨터를 켜 음악을 틀고 자신이 들고 있는 핸드폰 속의 화면을 본다. 안에선 게임 보상을 얻기 위한 광고가 틀어져 있고, 그동안 그는 눈을 감고 잠시간 명상을 한다. 확실하게 무언갈 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공부를 해야 하지만 그조차도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살아가던 어느 날, 회의감이 들었고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책을 읽기 시작했고, 게임에 미치기 시작했으며, 항상 어딘가 불안한 채 미래에 대한 기대감 없이 그저 살아있는 상태였다.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이, 누군가는 잡지 못해 미칠듯한 그 시간이 그에겐 흘러가기만 할 뿐인 개념이었다. 그렇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별 의미 없이 살아갈 뿐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에게 말했다. 하면 잘할 거면서 왜 그런 식이냐고. 그도 잘 몰랐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오는 열정은 모두 식었고 그 잔불마저 꺼진 채 남은 잿더미조차 바람에 날려간 것이었기에,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해, 얕은 지식만을 남겨둔 채였다. 그런 상태에서도, 뭔가 호기심이 생기면 파내려 간다던지, 문제가 생기면 그에 관해 생각한다던지, 그에게서 멀어질수록 바람에 날린 것들이 다시 돌아와 불씨를 피워냈다.

 하루는 그가 블로그를 개설하려던 때를 회상했다. 그 당시 블로그를 개설하려면 누군가가 초대장을 보내줘야 했고, 여러 블로그 중 한 블로그에서 초대장이 왔었다. 그때 초대장을 받기 위해 썼던 문장을 다시 보려 했지만, 찾을 수도 없었고, 찾는다 하더라도 비밀번호를 잊어 볼 수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 그 문구는 참 괜찮았지만, 이제는 어떤 내용이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아 조금은 슬퍼하는 그였지만, 그때 블로그를 개설하기 위해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보고, 또 초대장을 받았을 때의 기쁨과 동시에 초대장을 받기 전엔 떠올랐던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아 동시에 조금은 절망했던 순간이 떠올라 마냥 슬퍼하기보단 추억하는 쪽으로 기억하기로 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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